사는(live) 이야기/일상의 생각

아기 두 돌, 엄마인 당신은 안녕하신가요?

_파랑새 2021. 9. 2. 05: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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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 파랑새입니다.

 

글을 쓰는 오늘은 아이의 두번째 생일입니다. 삼신상을 차리기 위해 3시에 기상 후 샤워를 하고 미역국을 약불에 올려 놓고 맛있어지길 기다리는 중입니다. 생각보다 준비가 빨리 끝나 한 숨 잘까 다시 누워보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결국 몇 글자 끄적여보고있네요.

 

매 순간 쉽지 않았던

저는 결혼 후 4년 뒤에야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. 첫 2년은 신혼을 즐기자했었고 나머지 2년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네요.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소중한 준이를 만나게 되었지만 준이를 품고 있던 10개월도 입덧부터 시작해서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. 준이를 만나게 된 재작년의 오늘에도 출산 후 출혈 때문에 대형 병원으로 이송되어 2주간 입원하며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. 세상에 태어나 2주동안 엄마 품에 안겨보지 못한 준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나지만 잘 자라고 있는 지금에 위로를 받네요.

 

 

그 간 당신은 안녕하셨는지요.

내 생일은 기쁜 날이죠. 친구, 가족들로부터 축하받으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고 케이크도 불고 맛있는 음식을 먹던 기쁜 날입니다. 하지만 아이의 생일이 엄마인 저에게는 왜인지 100% 환희의 감정이 들지는 않습니다. 출산 당시의 상황이 마치 트라우마처럼 남아 머릿속을 맴돌고 그 후 쉽지 않았던 육아의 시간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마음속에 밀려옵니다. 그 속에는 기쁨, 환희, 슬픔, 후회, 분노.. 여러가지 감정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네요. 

 

24개월동안 아이는 그 어떤 존재보다 이 세상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성장했을테지요. 몸무게도 다섯배가 되고 그저 울 줄만 알았던 아이가 '엄마랑 아빠랑 기차타러가요'라고 말합니다. 참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을겁니다.

 

혹시 엄마인 당신은 그 간 어떠셨나요?

 

저는 24개월 내내, 아니 임신한 그 순간부터 매 순간 아이에게 최고이고 싶었던 마음, 하지만 부족했던 체력과 마음가짐으로 인한 좌절과 후회를 반복해왔던 것 같습니다. 그 속에서 내 자신은 점점 사라지게되었고 온전히 엄마로써의 나만 남으려던 순간에는 남아있던 본능의 자아가 발버둥치듯 얼굴을 드러내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하고 그 화살이 남편을 향하기도했었네요. 그리고 다시 후회하고, 도덕적 자아가 얼굴을 들어 제 기준의 '좋은 엄마'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. 정말 뫼비우스의 띠 처럼 무한 반복이었어요.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.

 

이 것을 인정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어요. 아이에게 화나는 감정을 느낄 때면 '나는 왜이럴까?' '나는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' '내가 부족한 엄마라서 아기는 잘못 자랄거야' '이건 다 내 탓이야' '하는 우울감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다 못해 지하 100층까지 파고 들었지만 엄마심리수업이라는 책을 읽고나서는 저의 이런 성향을 인정하게 되고 이 성향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.

 

[육아도서 추천] 엄마 심리 수업

 

[육아도서 추천] 엄마 심리 수업

안녕하세요 파랑새입니다. 복직하고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.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적응을 해서인지 복직 직후 아기에게 미안했던 마음, 안쓰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중인 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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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통이 트인다.

요즘 아이는 부쩍 아빠를 찾습니다. 아빠는 역시 놀아주는 스케일이 엄마와는 다르기 때문에 20개월 쯤 되던,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여러가지 감정을 익힌 후 부터 '무조건 엄마'에서 '대부분 엄마'로 태세 전환이 일어났습니다. '대부분'을 제외한 나머지를 아빠가 채워주고 있고, 엄마는 그 시간을 조금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게 되어 숨통이 트입니다.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저는 이걸 느끼는데, 22개월? 정도가 되기 전에는 제가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가기만 해도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며 빨리 나오라고 보채었지만 이제는 아빠랑 블럭놀이를 하며 잘 놀고 있습니다.

 

아마 아이가 엄마 품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서 엄마가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줄어드는게 때때로 서운하기도 합니다만.. 아이가 엄마가 아닌 세상의 다른 것들을 느끼고 배워가며 온전한 존재로 우뚝 서가는 그 과정이 굉장히 경이롭고 숭고한 과정이라 생각되네요.

 

 

토닥토닥

당신도 아이만큼 잘 성장하고 있고 그런 당신을 보며 아이는 더 바르고 더 건강하게 잘 자랄테니

매일 매일 내 자신을 다독이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면 그 것으로 이미 당신은 엄마다움에 충실한 것입니다.

내가 주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아이에게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요.

아이의 곁에 있어주고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 당신은 좋은 엄마입니다.

 

 

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길에 떨어진 이런 예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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